어느 친구가 내게 물어보았다. 테이블탑 롤플레잉 게임을 어떻게 ‘시작’할 수 있냐고.

 

그래서 리서치를 해 보았다. 긴 블로그 글도 썼다. 팟캐스트와 책과 게임의 이름과 규칙과 관행을 열거했다. 흥미진진한 일화들도 더했다. 이 글은 그런 종류의 글은 아니다 (그래도 말미에 참고할만한 링크 몇 개를 적어 두었다).

 

같은 주제를 두고 놀랄 정도로 많은 글이 쓰여지고 잉크가 흐르고 키보드가 두들겨진 바 있다. 간단한 질문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가장 흔한 답변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경찰과 도둑을 연기한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리고 다음과 같이 끝난다: “이제 당신은 RPG를 플레이하고 있는 겁니다!” 힌트를 주자면, 이는 그다지 좋은 답변이 아니다.

 

그 밖에 좀 더 건조한 답변들도 있다. 그룹에 가입하라. 온라인 플레이를 해 봐라. 초급자용 세트를 고르고 친구들을 모아라. 즐거운 시간을 보내라. 내가 말미에 적어 두겠다고 한 내용이 기억나는가?

 

나는 그 대신 어떻게 한 편의 게임이라는 ‘이야기’가 전개되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겠다. 뭔가 굉장히 형이상학적인 말 같지만, 원래 롤플레잉 게임이 그렇다.

 

 


 

 

 

알리, 보야, 시르와 레프리가 테이블탑 롤플레잉 게임을 하기 위해 모였다.

 

창 밖은 폭풍우가 몰아치고 축축했다. 그들은 냉동 피자를 먹었다. 주사위를 준비했다. 맥주가 아니라고 말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은 시원한 음료를 마셨다. 4시간을 비워 두었고, 유튜브에서 블라인드 가디언(Blind Guardian)이 울려 퍼졌다.

레프리가 배경을 설명했다. “당신의 캐릭터들은 작은 마을 푸에블로 신 메사스(Pueblo Sin Mesas)에서 여행을 시작합니다. 장대비가 도로를 쓸어가 버렸습니다. 이 마을에 일주일 정도 묶여 있게 될 것 같습니다. 당신의 캐릭터들은 누구라고요?”

 

알리: “나는 오렌지교를 숭상하며 애완 고양이를 끼고 다니는 사제를 만들었어.”

 

보야: “내 캐릭터는 빛나는 갑옷을 입은 귀족 기사야.”

 

레프리: “그게 다야?”

 

보야: “응”

 

레프리가 한숨을 쉬었다.

 

시르: “나는 큰 이빨이 달린 웨건을 타고 장총을 맨 치과의사를 굴려냈어.”

 

알리: “큰 이빨?”

 

시르: “그래, 장고(Django)(역주: 영화 <장고: 분노의 추적자>)에서처럼.”

레프리: “좋아. 아주 끔찍하지는 않은 것 같군.”

 

보야: “그래서 탁자도 없는 마을(역주: Pueblo Sin Mesas는 스페인어로 ‘탁자가 없는 마을’을 의미함)에서 할 일이 뭐가 있지?”

 

레프리: “자, 낡고 무너져가는 탑이 있어. 마을 사람들은 이 탑을 멀리 피해 다니지.”

 

시르: “내 캐릭터 치과의사는 병원을 열고 다음 주부터 대폭 할인된 가격에 치과진료를 제공하겠어.”

 

레프리: “너희가 탐험하라고 탑을 마련해 줬잖아!”

 

시르: “알아, 하지만 이 가엾은 시골사람들의 치아 상태는 어떻지?”

 

레프리: “인정할 수 밖에 없군. 별로 좋지 않아.”

 

시르: “그것 봐!”

 

레프리: “그래, 좋아. 시르가 병원을 차리자 마을 곳곳에서 사람들이 오고 있어.”

 

알리: “마을은 왜 ‘신 메사스(Sin Mesas)’라고 불리지?”

 

레프리: “어… 이 마을 사람들은 탁자 위에 노란 신(Yellow God)을 모시고 숭배하는 전통을 믿지 않기 때문인 것 같아.”

 

보야: “그럼 푸에블로 디 메사스(Pueblo di Mesas)(역주: 스페인어로 ‘탁자의 마을’을 의미함)도 있어?”

 

레프리: “응, 아마도.”

 

보야: “나는 마을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서 탁자에 관한 이 흥미로운 규칙에 대해 배워 보겠어.”

 

레프리: “좋아, 마을 사제는 자신들의 전통과 지극히 상식적인 관습에 대해 궁금해하는 외지인을 만나게 되어 매우 기뻐하고 있어”

 

알리: “그 동안 나는 염소를 찾아 보겠어.”

 

레프리: “염소?”

 

알리: “응, 애완 염소가 하나 있으면 좋겠어.”

 

레프리: “내가 망해가는 음산한 탑을 두고, 유령같은 으시시한 것들이 그 주위를 떠돌게 만들어 놨는데, 너희들은 탁자에 관한 마을의 전통이나 조사하고 치과진료나 하고 염소나 키우겠다는 거냐?”

 

그룹: “응!”

 

레프리: “맙소사. 좋아. 그럴 준비는 안했지만, 가 보자고…”

 

 

이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는 훗날 ‘황금염소들(The Golden Goats)’로 알려지게 된 모험가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관한 거의 100% 실제 상황의 기록이다. 좋은 TRPG는 규칙과 넌센스를 활용해 셀 수 없이 많은 이야기들과 에피소드들과 농담들을 만들어내곤 한다. 세상 모든 컴퓨터 RPG들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것들보다 훨씬 더 많이 말이다. 그것이 TRPG의 매력이다. 시작하기 전에는, 게임이 어떻게 펼쳐질지 그 누구도 모른다. ?

 

그래서 어떻게 TRPG를 시작하냐고? 시도, 실수, 유머, 그리고 인내심이 최선의 방법이다.

 

추신: 그래도 롤플레잉에 관한 일종의 가이드를 달라고?

 

1단계. 실제로 벌어지는 게임을 지켜 봐라. TRPG는 관람용 경기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던전 앤 드래곤(Dungeons & Dragons. “D&D”) 팟캐스트와 비디오 캐스트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2단계. 플레이할 게임을 골라라. 가장 큰 (그리고 오래된) 것은 D&D 5판이다. 무료 기본 버젼(http://dnd.wizards.com/articles/features/basicrules)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주위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쉬운 게임은 아니다. 언파서블저니닷컴(http://unpossiblejourneys.com/lots-of-games/find-games-to-play/)에 많은 게임들이 등록되어 있다. /rpg 서브레딧(역주: 미국판 디씨인사이드 ‘Reddit’의 RPG게시판)에도 초보자들에게 유용한 TRPG 리스트가 있다(https://www.reddit.com/r/rpg/wiki/beginnersguide). 좀 더 인디한 경험을 원한다면 마키아토 몬스터즈(Macchiato Monsters. (http://quenouille.com/macchiato-monsters-dungeonverse-build-together/))와 블랙 핵(the Black Hack.(https://the-black-hack.jehaisleprintemps.net/))도 추천한다.

 

3단계. 흥미를 보이는 친구들을 몇 명 모으고, 테이블과 의자가 있는 장소를 찾아서, 주사위 몇 개, 종이, 연필, 지우개를 준비하고 게임을 시작해라. 온라인 플레이를 할 수도 있다. 특히 구글플러스 행아웃(G+ Hangouts) RPG커뮤니티(https://plus.google.com/communities/101466247068767710475)나 롤20(roll20. (https://roll20.net/))를 추천한다.

 

이번이 당신 그룹의 첫 게임이라면 아마도 당신이 게임을 ‘운영’하고 될 것이다. 이는 당신이 ‘레프리’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역할에 관해서도 두꺼운 책 수준으로 복잡한 글들이 온라인에 널려 있지만, 간단한 조언을 하나 해 주겠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규칙들을 어기게 될테지만, 걱정하지 마라. 다들 그런 식으로 한다. ?

 


 

 

* 정말로. 무수한 팟캐스트들. 그 중 5개를 간추려 보았다.

 

크리티컬 롤(Critical Role (http://geekandsundry.com/shows/critical-role/)). 성우들이 출연하고 제작 수준이 훌륭하고 뭐 그렇다.

 

나는 도끼로 찍는다(I Hit it With My Axe (http://www.escapistmagazine.com/videos/view/i-hit-it-with-my-axe/1533-Episode-One-Meet-the-Party)). L.A.의 포르노 스타 여러분들께서 더 이상 TRPG가 형편없이 쿨하지 않은 것만은 아님을 몸소 보여 주셨다.

 

원 샷 캠페인(One Shot Campaign (http://oneshotpodcast.com/)). 정말 팟캐스트들이 많이 있다.

 

크리티걸 히트(Critical Hit (http://majorspoilers.com/category/critical-hit/)). 진짜로 정말 많다.

 

드렁크 앤 드래곤(Drunks and Dragons (http://geeklyinc.com/category/drunks-and-dragons/). TRPG는 술과도 잘 어울린다. 왠지 어른스러운 기분을 느끼고 싶을 때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