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 드래곤 & 테이블 & 트롤

 

나는 테이블탑 롤플레잉 게임(TRPG)을 즐기고 운영하고 창작한다. 던전 & 드래곤(Dungeons & Dragons “D&D”) 같은 게임들 말이다. 정말 하면 할수록 멋진 게임들이다.

내 친구들 중 상당수가 TRPG를 놀리곤 했다. 일부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며 묻곤 했다. “그래서, 그게 대체 뭐냐고?” 몇몇은 직접 플레이하기도 했다. 그 때마다 나는 TRPG에 대해 설명하려 했지만 매번 허둥대고 말았다.

이제는 제대로 설명할 방법을 찾은 것 같다. 하지만 TRPG를 정의하기에 앞서, 시간의 안개를 거슬러 올라가 보자. 인터넷이 존재하기도 전, 내가 5학년 시절을 보냈던 열대 낙원1으로 말이다.

 

세상이 (더) 파릇파릇했던 시절

선생님이 반 학생들에게 호빗을 읽어주셨을 때 난 홀딱 넘어갔다. 그 후로 내가 찾을 수 있었던 모든 판타지 책들을 정신없이 읽어댔다. 지도와 작은 공처럼 생긴 생명체들을 그려서 상상 속의 대륙에 집어넣곤 했다. 즐겁고 안전했고 저렴한 놀이였다. 놀기 위해 운전해서 어딘가로 갈 필요도 없었고, 부모님이 걱정할 여지가 전혀 없었다. 그들이 더 바랄 게 뭐가 있었겠나?

몇 년 후 어떤 영국 소년이 미술수업 중 과외활동으로 D&D 캠페인2을 시작했다. 그 아이는 금방 떠났지만 다면체 주사위들을 남기고 갔다. 탄자니아에선 그런 주사위를 구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나와 친구들은 그 모험의 상징을 나눠 가졌다. 그리고 플레이를 계속했다. 남아공에 들렀을 때에는 용돈을 전부 털어 세 권의 무거운 룰북을 샀다. 컬트스러운 수집품이 쌓여 갔다.

그리고 내가 14살이 되었을 때, 우리 가족은 톨민(Tolmin)3으로 돌아왔다. 나라로 치면 유고슬라비아를 떠나 슬로베니아로 돌아왔다.4 좀 더 거창하게 표현하자면, 국가는 생기고 사라질지언정 마을은 남는다.

나는 꿈 같은 시절을 보낸 아프리카에서 바다를 건너 D&D 게임을 가져 왔다. 알프스 산맥 자락에 있는 천 년 역사를 자랑하는 작은 마을로.

동급생들은 당황했다. 그들은 중유럽의 오래된 카드 게임 “타록(tarok. 영 tarot)”이나 지중해 인근의 오래된 카드 게임 “브리스쿨라(bri?kula, 이탈리아 어로는 briscola)”에 익숙했다. ‘오래된’ 카드 게임이라는 것은, 너무 오래 되어서 어떤 바보들은 타로카드가 점 보는 도구라고 생각할 정도로 오래되었다는 말이다.5

나는 남자애들을 모아 거의 정기적으로 D&D를 플레이했다. 여자애들은 같이 플레이하자고 설득할 수 없었다. 아마 우리가 여자애들에게 말 걸기를 겁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후로도 나는 D&D를 계속해 왔다. 이제는 우리와 함께 플레이하는 여성들도 있다. 그러나 잊을만 하면 받는 질문: “그래서 TRPG가 뭐야?”

 

TRPG는 바보같은 용어다

TRPG를 설명하는데 애를 먹곤 했다. 몇 시간, 몇 날, 몇 주를 플레이하면서도 대체 뭘 하는 것인지 묘사할 수가 없었다. 서퍼는 파도를 탄다. 도박사는 돈을 날린다. 작가는 글을 쓴다. TRPG 게이머들은… 뭘 하는 걸까? 나는 내 말재주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이 놀이의 명칭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테이블탑(Tabletop). 이 못난 합성어를 무시하기 바란다. 사람들이 “RPG”라는 말을 들으면 “엘더 스크롤(Elder Scrolls), 폴아웃(Fallout), 파이널 판타지(Final Fantasy)”를 떠올리기 때문에 오로지 이와 구분짓기 위해서 만든 말에 불과하다.

롤 플레잉(Role-playing). 이것은 치유기법이자 훈련 기술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역할을 연기해 보는 것처럼 말이다.

게임(Game). 이 용어가 혼란의 원흉이다! 이 악의 없는 작은 단어를 말하면 모두들 트럼프 카드나 주사위나 도미노나 보울(bowls6)이나 체스나 망할 올림픽을 생각한다. 남과 싸워서 이길 수 있는 경기들.

내가 즐기는 것은 게임이 아니다.7이것은 일종의 사회적 놀이(social play)이다.

운이 좋다면 일주일에 한 번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 논다. 음악으로 치면 잼 세션(jam session)과 같다. 우리는 악기 대신 이야기와 상상력을 이용할 뿐이다.

플레이하는 동안 게임 시스템을 이용해 질서와 혼란을 만들고, 주사위를 굴려서 갈등을 쌓고, 이를 해결하든 어찌하든 하기 위해 카드를 뽑는다. 도구와 구조도 흥미롭지만 각 세션의 핵심은 플레이어들이다. 서로 농담을 주고 받고 이야기를 만들고 음식을 나눈다. 함께 하는 사람들이 이 왜곡된 이름의 놀이를 어메이징하게 만들어낸다.

우리는 주사위를 들고 상징적인 모닥불 주위에 둘러 앉아, 이야기로 어둠에 맞서던 조상들의 경험을 재현하는 것이다.

D&D에는 던전 마스터(Dungeon Master)라는 직함의 플레이어가 있다. 대부분의 TRPG는 그와 같은 역할을 포함하고 있다. 이들이 각 세션과 그룹의 리듬과 상호관계를 책임진다. 나의 통상적인 역할이기도 하다. 음악으로 치면 베이스 플레이어가 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고 싶다. 난 베이스를 연주할 줄 모르니 틀린 말일 수도 있지만.

어떤 플레이어들은 밴드의 보컬처럼 스타가 되고 싶어한다. 어떤 이들은 기타리스트나 드러머처럼 게임과 규칙에 관해 기술적으로 능숙해지는 데에 열중한다. 탬버린 연주자나 무용수나 백업 보컬리스트가 따라붙을 수도 있다. 운 좋은 그룹은 플레이하는 동안 플레이어 모두에게 음식과 음료를 공급해주는 로드 매니저 같은 존재를 구하기도 한다. 로드 매니저가 최고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플레이하고, 즐거워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이를 통해 얻는 것은 무엇일까?

이야기를 얻는다. 공동체 안에서 판타지로 잼 세션을 벌이는 동안 자라나는 터무니없고, 웃기고, 잊을 수 없는 이야기들. 강화갑옷을 입은 공주. 투석기를 타고 날아가는 양들. 은색 용을 타고 하늘로 날아가는 바바리안 주술사. 실수로 납작하게 눌린 영리한 마법사들. 황금 염소들. 영웅적인 치과의사 고양이 아가씨.

그리고 우리는 친구들을 찾아낸다. 수년 후에도 함께 둘러 앉는다. 맥주를 마시고, 세금에 대해 불평하고, 교통체증에 관해 투덜대고, 관광객들에 대해 트집을 잡고, 한편 떠돌이 무사 엘렌딜(Elendil)이 용의 알을 훔치고는 인근 마을에 누명을 씌운 후 새 갑옷을 장만한 기억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조금 더 가볍게 느껴진다.

이것이 TRPG라고 불리는 놀이가 겁나게 멋진 이유다.

 

 


Dungeon, dragon, table, troll.

I play and run and create tabletop role-playing games. Things like Dungeons & Dragons. They’re fantastic.

Many of my friends have made fun of them. Some, perplexed, asked “but, what are they?” A few play them. I’ve tried to explain TTRPGs many times and floundered every damn time.

I think I’ve cracked the problem, but first we’ll journey far into the mists of time, before there was an internet, into the tropical paradise8 of 5th grade.

 

When the world was young(er)

Our teacher read The Hobbit to the class and I was hooked. I devoured every fantasy book I found. I drew maps and little ball-shaped creatures and peopled imaginary continents with them. I was having fun, it was safe, it was cheap, it didn’t require driving, and it kept me out of my parents’ hair. What more could they ask?

A couple of years later some English boy started a Dungeons & Dragons campaign as an extracurricular activity in art class. He left soon enough and forgot his polyhedral dice. You couldn’t get them in Tanzania, so we divided up those talismans of adventure. And kept playing. Visiting South Africa I blew all my pocket money on three heavy rulebooks. More cult objects.

Then we returned to Tolmin. We had left Yugoslavia and came back to Slovenia. Countries come and go, towns stay. Let me rephrase that to make epic sense.

I brought games of dungeons and dragons from across the sea, from dream-time Africa, to a millennia-old settlement in the middle of the Alps.

The other high school kids were perplexed. They played “tarok” (tarot) and “bri?kula” (it. briscola), the first an old Central European trick-taking card game, the second an old Mediterranean trick-taking card game. When I say old, I mean so old that some fools think tarot decks are for fortune telling.9

I cobbled a group of boys together, and we played D&D. Regularly, more than less. We never convinced girls to play with us, probably because we were afraid to talk to them.

I’ve kept playing. Even women play with us now. But always, “and what are TTRPGs?”

 

TTRPG is a stupid term

I struggled to explain. Hours, days, weeks spent playing and I couldn’t describe it. A surfer rides waves. A gambler wastes money. A writer marks sounds. A TTRPGamer … does what? I thought I was inept. But, no.

The name of the hobby is an exercise in confusion.

Tabletop. Ignore this ugly compound. It only appears because people hear “RPG” and think “Elder Scrolls, Fallout, Final Fantasy”.

Role-playing. This is a therapy and training technique. You know, acting out the part of another person to better understand them.

Game. This is the worst culprit! Say this innocuous little word and everybody thinks of cards, or dice, or dominoes, or bowls, or chess, or the damned Olympics. Things that you win.

My hobby is not a game.10 It is a form of social play.

 

Once a week, if we’re lucky

A group gets together, plays. It’s like a musical jam session, but with stories and imagination for instruments.

We use game systems during play to bring order and chaos, roll dice to build conflict, draw cards for resolution, whatever. The mechanics are interesting, but the players are the heart of the session. People sharing jokes, telling tales, eating food. They make these ill-named TTRPGs amazing.

We sit around our symbolic fireplace of dice and relive the ancestral experience of the tribe against the dark.

In D&D there’s a player called the dungeon master. Most TTRPGs have them and they’re responsible for the rhythm and harmony of the session and group. That’s my usual role. I like to imagine it’s like being a bass player. I can’t play the bass, though, so maybe I’m wrong.

Other players like to be stars, like singers in a band. Some thrill with their technical mastery of games and rules, like guitarists or drummers. There might be a tambourinist or dancer or backup vocalist along. Sometimes a lucky group even gets a roadie who plies them all with food and drinks while playing. Roadies are the best.

And we play together, and have fun, and go home. What do we get from it?

We get stories. Ridiculous, funny, unforgettable stories that grow out of our communal fantasy jams. Stories of princesses in power armor. Of catapulting sheep. Of shaman-barbarians riding silver dragons into the sky. Of smart wizards accidentally smeared into paste. Of golden goats. Of heroic cat lady dentists.

And we find friends. Years later, we sit down together. We have a beer, we complain about taxes, we gripe about traffic, we bitch about tourists, and we remember Elendil the ranger stealing a dragon’s eggs and pinning the blame on a local village so he could buy a new suit of mail. And the world is lighter.

And that’s why these play-times called TTRPGs are fucking awesome.

 

-Luka, Wed 19 April 2017

 

 


  1. 우리 가족은 동아프리카 국가 탄자니아에 있는 다르 에 살람(Dar es Salaam)이라는 도시에서 1988년부터 1996년까지 살았다. 내가 학창시절 첫 8년을 보낸 곳이다.?

  2. 역자주: 던전 & 드래곤 1회 플레이 단위를 세션(session)이라 한다면, 수 회의 세션을 모아 하나의 모험을 완수하는 단위가 캠페인(campaign)이다. 예를 들어 매주 수요일 저녁마다 세션을 갖고, 이를 1년 가까이 계속해서 하나의 캠페인을 완수하는 것이다.

  3. 역자주: 저자의 고향인 슬로베니아의 도시. 이탈리아 국경에서 가깝고, 플라이 낚시, 숭어, 유럽 최고(라고 참가자들이 주장하는) 헤비메탈 축제 ‘메탈 데이즈(Metal Days)’로 유명하다.

  4. 역자주: 90년대 내전으로 인해 유고슬라비아 연방이 해체되고 슬로베니아를 비롯한 6개 국가가 탄생한 상황을 의미함. ?

  5. 틀린 말이다. 타로 카드는 서유럽 트럼프 카드와 비교해서 그림과 색깔이 다를 뿐 카드 게임용에 불과하다. 슬로베니아 타록 게임 관련 정보(https://www.pagat.com/tarot/sltarok.html) 및 브리스콜라 게임 관련 정보(https://en.wikipedia.org/wiki/Briscola)

  6. 고대 로마시대에 유래된 공굴리기 경기의 일종.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 각국에서 각자의 언어로 부르며 널리 즐기고 있다.

  7.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TRPG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심각한 사람들 말이다. TRPG에 관한 매우 지루한 설명은 위키피디아에서 찾아볼 수 있다(https://en.wikipedia.org/wiki/Tabletop_role-playing_game)

  8. My family lived in Dar es Salaam, Tanzania between 1988 and 1996. That’s in East Africa, and where I spent my first eight years of school.

  9. They’re not. It’s just a card game with different suits and colourful trumps.
    More about Slovenian tarok here:?https://www.pagat.com/tarot/sltarok.html
    More about Briscola here:?https://en.wikipedia.org/wiki/Briscola

  10. There are people who disagree. Lots of serious folks taking their game seriously. You can read a very boring description of TTRPGs on wikipedia:?https://en.wikipedia.org/wiki/Tabletop_role-playing_game